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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웃음녀"

홀짝귀신디여니
| 조회 : 3598 | 댓글 : 0 | 추천 : 1 | 등록일 : 2022-01-18 오후 9:41:14
지난주 금요일에 회사 선배인 오오무라가 죽었다.
선배는 자신의 방에서 두 귀에 볼펜을 찔러 넣은 채 죽어 있었다고 한다.
선배 본인이 펜을 손에 꽉 쥐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타살이 아닌 자살로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회사 사람들 모두 오오무라 선배의 죽음을 무척이나 의아하게 생각했다.
자살이라고는 해도 부검이 필요할 것 같아서 시신을 검시한 후에 곧바로 장례식이 치러졌다.
죽어서도 몸을 해부당해야 한다니 조금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과장님을 선두로 하여 모두 선배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나는 급한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며 곧바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장례식장의 그 눅눅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오무라와 나는 선후배 사이를 떠나서 사이가 무척 좋았다.
서로의 집을 자주 왕래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3주 전의 그날도 선배는 퇴근길에 우리 집에 놀러 왔었다.
캔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준비한 맥주가 금방 동이 나 버렸다.
술이 부족했던지 선배는 술을 더 사러 가자고 했고, 우리는 함께 아파트를 나섰다.
그런데 근처에 있는 슈퍼에 막 들어서자마자 선배가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야, 저거 뭐냐?"

선배가 가리킨 곳에는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자가
장바구니를 든 채 채소를 고르고 있었다. 큰 소리로 미친 듯이 웃으면서 말이다.

"히얏, 히야, 히야, 히얏"

"아~. 저 사람, 동네에서 유명해요. 웃음녀라고 부르던데요?"

겉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젊은 여성이었던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늘 입가에 침을 흘리며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누가 봐도 마음이 아픈 사람 같았지만 남에게 딱히
폐를 끼치지는 않아서 모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흐흐, 한번 놀려 주고 싶은데."

당시 술에 좀 취해 있었던 선배는 하지 말라는 내 손을 뿌리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이, 당신. 뭐가 그렇게 웃겨?"

"히얏, 히야, 히야, 히얏"

"불경기다 뭐다 다들 살기 힘든데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어대는 거냐고. 대답 좀 해 봐."

"히얏, 히야, 히야, 히얏"

그날 나와의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던 선배는 술기운 탓에 그동안 싸인 스트레스를
그 여자에게 쏟아 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선배의 다그침에도 그녀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뭐야, 시시하게···. 야, 그만 가자."

그렇게 우리는 안줏거리를 담은 후 술이 진열된 쪽으로 향했다.
선배는 맥주를 담았고, 나는 다른 종류의 술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선배가 별안간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다.

"으악!"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가 우리와 바로 가까운 곳에서 선배를 마주 보며 서 있었다.

"히얏, 히야, 히야, 히얏"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침이 선배의 얼굴에 그대로 날아오고 있었다.

"아, 진짜 뭐야!"

선배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밀쳤고, 그녀는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슈퍼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나는 선배를 끌고 가서 서둘러 계산을 마쳤다.
그녀에게 사과를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당사자가 아닌 내가 사과를 하는 것도 좀 이상해 보였다.
우리는 서둘러 슈퍼를 빠져나왔고, 나는 선배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네가 술을 고르고 있는 걸 보고 있는데 귓가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리더라고.
놀라서 돌아보니까 내 눈앞에 서 있는 거야. 짜증이 나서 확 밀쳐 버렸지,
뭐. 근데 자세히 보니까 그 여자···. 아, 아무것도 아니야."

선배는 무슨 말을 덧붙이려 했지만 도중에 망설이는 듯싶더니 거기서 말을 끝내 버렸다.
아파트로 돌아온 우리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일로 기분이 상했는지 선배는 별다른 말이 없었고,
괜히 집 안을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게임을 하자고 했다.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는 선배가 웬일인가 싶었는데 우리는 금새 게임에 푹 빠져 버렸다.
그러는 사이 막차가 끊길 시간이 다가왔고, 선배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슈퍼에서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선배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선배는 아무 데서나 이어폰을 귀에 끼우고는 큰 소리로 음악을 들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대화를 하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였다.
날이 갈수록 선배의 행동은 점점 도를 넘어섰다.
점심때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해도 선배는 이어폰을 끼운 채 허둥지둥 어딘가로 가 버렸고,
급기야 업무 시간에도 이어폰을 빼지 않게 되었다.
상사가 화를 내며 선배를 꾸짖은 후로 업무 중에 음악을 듣는 일은 없어졌지만
그 대신 선배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회사 사람들이 아무리 타이르고 주의를 주어도 선배의 이상 행동은 계속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기 괴로웠던 나는 퇴근 후 선배에게 말을 걸었다.

"저, 선배. 오늘 나랑 이야기 좀 해요."

"좀 곤란한데···."

"선배, 그러지 말고요."

"그, 그럼···. 시끄러운 곳이라면 괜찮겠지."

그러면서 선배는 학생들이 많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나를 데려갔다.

"저, 선배. 내 말이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는데··· 요즘 선배 좀 이상해요."

"나도 알고 있어···. 근데···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어."

선배는 나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슈퍼마켓 사건 이후로 어디선가 문득 그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들릴까 말까 한 정도여서 환청인가 싶었는데
그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선배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제는 주변이 아주 시끄럽지 않으면 소음보다 그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야.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그 웃음소리가 방 안 전체를 뒤흔든다고···.
···또, 또···! 그만해···. 제발··· 그만 좀 해···!"

선배는 이야기하면서도 그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며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말했다.

"그 여자, 귀신이 틀림없어···. 그 여자가 나한테 저주를 퍼부은 거야···!"

하지만 웃음녀는 마음이 조금 아파 보이는 사람일 뿐 귀신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날 이후로도 나는 그녀가 슈퍼에서 장을 보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그녀는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는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워낙 독특한 데다가 선배가 그녀를 밀친 죄책감 때문에
망상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
한마디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혔달까.
이런 나의 생각을 선배에게 전하며 그를 다독여 줬지만
선배는 내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아니야···! 이건 저주야···. 귀신이라고! 틀림없이 나를 저주하는 거야···."

"선배!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나랑 같이 슈퍼에 가 봐요.
가서 그 여자가 살아 있는 사람이란 걸 직접 확인하면 되잖아요."

그런 나의 제안을 완강히 거부하는 선배를 나는 강제로 끌고 나왔다.
슈퍼로 향하는 내내 선배는 싫다는 말만 반복했고,
나는 슈퍼 앞 주차장에 서서 가게 안을 살짝 들여다보자고 했다. 
선배에게 억지로 무언가를 강요하고 싶진 않았지만
선배를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웃음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항상 같은 시간대에 슈퍼에서 마주쳤기에 오늘도 분명히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 자리에서 선배에게 웃음녀의 모습을 확인시켜 주지 못한다면
선배의 망상은 더욱 심해질 수도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선배가 갑자기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들려···. 그 소리가 들린다고···. 역시··· 역시 저주를 받은 거야···."

선배는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며 말했지만 나는 그것이
귀신의 저주 같은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히얏, 히야, 히야, 히얏"

그녀의 웃음소리가 내 귀에도 또렷하게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는 선배의 바로 뒤쪽에 서서 웃고 있었다.
나는 선배가 뒤를 돌아보지 않도록 선배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잠시 후, 그녀는 웃음을 멈추지 않으면서 슈퍼의 반대 방향으로 사라져 갔다.
그때 그녀가 고개를 홱 돌려서 내 눈을 쳐다봤다.
웃음녀를 멀리서 지켜본 적은 있었지만.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녀는 푸석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입술 구석에는 침이 가득 고여서 거품이 일어나 있었고,
쩍 벌어진 입에는 치아가 하나도 없었다.
그날 그곳을 어떻게 벗어났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덜덜 떨고 있는 선배를
서둘러 버스에 태워 보낸 후 그 길로 집으로 도망쳐 버렸다.
웃음녀의 모습이 너무도 끔찍하고 불길해서 나 역시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선배의 망상 따위는 이제 내가 알 바가 아니었다.

그날 이후로 선배는 회사에 나오지 않았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선배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것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마 선배도 알아차렸던 것 같다.
나 역시도 분명하게 듣고 말았으니까.
웃음녀는 웃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가까이에서 들었던 그 소리는 바로··········

"있다, 있다, 있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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